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때면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 공원을 찾게 된다. 초록 나무와 파란 하늘을 보고있자면 그간의 스트레스를 잊어버리게도 되지만 그러던 중 화장실에 가고 싶은 느낌이 들면 평안했던 마음이 이내 불안함으로 바뀌기도 한다.
보통 시민들은 공중 화장실을 얼마나 자주 이용할까? 공원 산책을 하거나 출·퇴근길,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지만 주변에 마땅히 실내 화장실이 있는 건물을 발견하지 못한 상황, 대부분 불가피할 때에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게 된다.
게다가 어두운 밤이거나 인적이 드문 곳의 공중화장실을 찾게 되면 그 불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니 아예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공중화장실에는 ‘안심비상벨’이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비상상황에 그 벨을 눌러도 경찰 혹은 주변인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일어날 사건은 다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항상 있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공중화장실은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고 심지어 사건사고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경기도 고양시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공중화장실의 ‘터치방식 안심비상벨’에 ‘음성인식’ 기능을 더 추가하도록 했다.
고양시는 2017년부터 공중화장실 105개소를 대상으로 터치 방식의 안심 비상벨을 운영해왔다. 기존의 안심비상벨은 위급상황에 이용자가 벨을 터치해서 위급함을 알리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 추가된 기능은 ‘음성인식’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의 터치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위급 상황 시에 나올 수 있는 “살려주세요!”, “사람 살려!”, “도와주세요!”와 같은 특정 단어가 들리면 안심 비상벨이 이를 인식해 곧바로 고양시 CCTV통합관제센터로 자동 연결되고 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고양시는 이에 대해 비상벨까지 손이 닿을 수 없는 위급상황의 경우 이처럼 음성인식을 통해 시민들을 신속히 위험상황에서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음성인식이 추가된 안심 비상벨을 고양시 민간 개방화장실 28개소에 설치하고 2020년 9월 10일부터 시범 운영을 실시하고 2021년까지 53개소에 추가 설치를 목표로 여성친화도시, 안전친화도시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다.
또한 고양시는 음성인식 기능이 추가된 안심 비상벨은 향후 장난 등의 오작동 횟수가 감소하면 곧바로 위급상황 인식 정보를 경찰서 112종합상황실로 직접 연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마다 그 안심비상벨을 보며 늘 해왔던 생각이었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저 벨을 누르지 못하면 사건이 종료되고 난 후에야 뒤늦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 말이다.
고양시의 음성인식 비상벨 설치 소식에 조금은 안심이 되면서도 여기에 공중화장실을 비롯 주변 2~3m 거리의 조명을 항상 밝게 켜두는 등의 추가대책이 있었으면 싶기도 하다. 또한 여기에 온전한 시민의식이 더해져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안내 문구를 보고 장난전화를 하듯이 “사람살려”라거나 “살려주세요”라고 누군가 ‘그냥’ 외쳐보지는 않을까하는 염려도 들고 분명히 그런 장난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런 장난으로 인해 다른 장소에서 누군가는 진짜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경찰의 출동이 지연되고 사건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쳐 어쩌면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갖춰지더라도 시민의식이 함께 작동하지 않는다면 모든 시스템과 노력들은 허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