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기저기를 다니다보면 드는 생각은 쉴만한 공원이 참 잘 꾸며져 있다는 것이다. 비단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권도 그렇고 SNS를 통해 보는 전국 각지의 ‘여기 참 좋다’ 하는 공원들은 생각보다 많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난 후 사람들은 한적한 공원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는데 이는 여유로움과 자연을 느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 산책 겸 찾았던 한 공원에서 호숫가에 간이의자를 두고 앉은 한 부부가 떠오른다. 비교적 사람이 없는 장소를 찾아 잔잔한 물을 바라보며 그들은 책을 읽고 있었다. 가을 햇살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고 그들의 평화로운 독서를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 보여 ‘나도 책 한권 가지고 나올 걸’하는 잠깐의 아쉬움까지 느끼게 했다.
여기저기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원들에는 작게라도 꼭 도서관이 마련되어 있다. 생각보다 알차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들은 그러나 코로나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문을 닫았고 이전에 빌렸던 책들을 반납조차 할 수 없었던 때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서초구는 지난 10월 양재도서관 앞 숲 산책로에 야외도서관인 ‘양재책마당’을 새롭게 개장했다.
양재천 산책로 주변에 지난해 11월 개관한 양재도서관은 독특하고 세련된 건물외관에서부터 여느 도서관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이 곳에는 예약제로 이용하는 개인별 서재, 10대 전용공간, 엄마들을 위한 공간이 있으며 북카페서점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로 도서관의 원활한 이용이 어려워지자 서초구는 양재도서관 마당에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양재책마당’은 나무가 우거진 공원에서 사회적거리두기가 가능할 만큼 띄엄띄엄 놓인 의자에 앉아 독서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며 24시간 365일 이용 가능한 무인자동화기계로 비대면 반납이 가능하다.
또한 1인당 대출가능 권수를 10권까지 늘려 외출을 삼가는 시민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기도 한다.
변함없이 그대로 있어주는 자연의 고마움과 시민들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지자체의 모습의 어우러짐이 절묘하다.
어린 시절, 그 시대만 하더라도 인도의 보도블럭 공사를 하면 ‘예산이 남아서 멀쩡한 길을 고치나보다’라고 건방지게 얘기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도서관과 같은 이러한 지역들의 변화를 경험해보면 그저 예산의 문제가 아닌 시민의 편리함과 삶의 질을 위해 지역 곳곳이 변화한다는 것이 이제는 조금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