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체가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입양된 16개월의 여아가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한 끝에 사망한 사건인데 아이가 숨을 거둔 병원의 응급의학 의사는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아동학대 소견”이라고 단언했다.
고작 16개월을 살다 간 이 아기는 태어나 탯줄도 떼지 않은 상태로 위탁모에게 맡겨졌고 8개월 무렵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그 후 장기간의 학대를 입은 것으로 보여지는 이 사건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사망 전 3차례에 걸쳐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었고 입양 후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 보호관찰 기간 중이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서는 아이의 몸 어디 한 곳이 부러지거나 찢어져야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다고 하고 보호관찰 기관에서는 양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은 횟수까지 관찰기록일지에 기록하는 등 안이한 대처가 또 드러났다.
피해 아동의 사망 과장은 차마 떠올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참혹했다. 이미 방송을 통해 알려져 전국에 이를 모르는 이가 더 적을 듯하다. 16개월 영유아의 손목과 발목을 잡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제 고작 1년을 조금 더 살아온, 너무나 작고 여려 차마 세게 잡기에도 빨갛게 자국이라도 날까 조심스러워진다는 것을 말이다.
2020년 4월 지자체에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의무화를 내용으로 아동복지법이 개정·시행됐다. 또한 2020년 9월에서 12월까지는 총 4회에 걸쳐 교육을 실시하고 선도지역 118개 시군구에 총 290명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배치됐다.
대구·경북·경남 지역의 경상권을 시작으로 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배치는 올해 안으로 전국 모든 지자체에 664명이 확대 배치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와 지자체의 움직임 속에서도 여전히 사건은 일어났다. 또한 예전부터 비슷한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문제 제기가 됐지만 한 번도 보완되지 않은 제도적, 구조적 문제도 있었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강한 권한을 행사하면 아동의 부모가 민원과 고소 등으로 맞대응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경찰관은 오히려 직권남용이라는 중징계 위기에 처하게 돼 경찰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16개월 힘없는 아기 새 같던 정인이가 당하던 고통에는 경찰도, 보호기관도 지자체 공무원도 그 누구도 아기를 지켜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어쩌면 이 사건 앞에 모든 대한민국의 어른들은 사죄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건이 방송에서 대대적으로 알려지고 난 후 연예계, 종교계, 일반인 그리고 정치계에서까지 ‘정인아 미안해’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났다. 대통령도 사건을 언급하고 여야 또한 ‘정인이 방지법’에 속도를 내 8일까지 아동학대 방지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려가 앞선다. 예전의 몇몇 사건을 겪어온 바로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건을 정치로 인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먼저다.
지자체에서도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배치하기로 했다면 예산안도, 해당 공무원의 업무가중도 중요하지만 어른으로서 죄없이 학대받는 아이들을 ‘구출’하겠다는 의지가 제일 첫 줄에 놓여지기를 바란다.
또한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물론 중요하나 모두가 그것에 집중할 때, 지자체는 아동과 가정에 관심을 두고 내 아이를 보듯 그들을 ‘살리는 일’에 더욱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