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뛰어놀아야 할 놀이터는 어제부턴가 ‘눈치게임’이 한창이다. 날씨가 좋고 미세먼지가 없는 날은 일단 어느 시간에 사람이 없을까를 한참 고민하고서야 마스크를 끼고 놀이터에 갈 수 있다.
그러다 눈치게임에 성공하는 날은 아이들과 부모에게 운 좋게 뛰어놀 수 있는 날이 되고 혹시나 실패한 날은 제법 북적이는 놀이터 앞에서 아이와 ‘몇 분’만 놀아야할지 합의하는 실랑이를 벌여야만 한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지만 요즘은 그 작은 것을 보장해주기가 참 어렵다.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들은 집이 아니면 온통 마스크 낀 사진들뿐이고 엄마들은 ‘사람 없는’ 곳을 찾아내느라 바쁘다.
아이들에게 참 미안한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 적잖이 씁쓸하다. 한적한 어딘가를 찾지 않고는 아이들이 뛰어놀 곳은 없는 것일까. 정말 이대로 조금 더 시골로, 조금 더 산 속으로 찾아들어야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서울 성북구는 아이들의 골목길 추억을 만들어주고자 어른들이 나섰다. 2017년부터 성북구는 특별한 준비물이 없어도 바닥놀이 그림으로 마을에서 모두가 어울려 놀 수 있는 놀이길을 조성했다.
이는 아이들의 놀이문화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하늘한마당, 성북구청 앞마당 등 성북구 어린이 놀이터 여러 곳에 바닥놀이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 곳에서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마을 주민들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마을의 건강한 ‘놀이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바닥놀이 그림은 대부분 전래놀이인 팔망방, 길따라 가위바위보, 달팽이놀이, 안경놀이 등이다. 놀이방법은 바닥놀이가 그려진 공원 주변의 놀이안내판에 있는 QR코드로 접속하면 쉽게 알 수 있고 놀이마다 규칙이 있지만 방법을 모르더라도 그저 바닥에 그려진 그림만으로도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이리저리 뛰고 놀기에 충분하다.
또한 서대문구 홍제동에도 세 개의 원형으로 이뤄진 모래놀이터 주변으로 바닥놀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동해안의 모래를 가져와 아이들이 안전하게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코로나19나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아이들의 ‘놀이’가 언제까지 제한될지는 모르겠다. 마스크를 끼고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마스크를 찾는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달라진 환경에 맞는 놀이방법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새로운 형식의 놀이터, 놀이공간을 어른들은 내어주어야 한다.
어느 초등학생의 글이 생각난다. 놀 공간이 없고 어디에서 어떻게 놀아야할지를 모르겠으니 사회에서 혹은 나라에서 본인들의 놀 ‘권리’를 지켜달라는 이야기였다.
그 말이 맞는 듯하다. 아이들은 놀이방법쯤은 스스로 만들어 놀 수 있지만 공간과 환경은 어른들이 만들어줘야 한다. 아이들이 사는 동네, 마을은 놀이 공간을 만들어주고 정부는 아이들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에 대한 조례재정 등으로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커 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할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기억 속에 ‘마스크’를 썼던 기억보다 ‘그래도 즐거웠던 추억’을 만들어주는 어른들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