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바쁘고 복잡한 서울 생활에 지칠 때면 지방에 내려가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요즘은 지방이라고 해서 모두 한가하거나 시골의 느낌은 아니어서 서울 생활과 비슷할 수도 있겠지만 서울만큼 붐비고 교통체증과 비싼 집값 때문에 고민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에서다.
외가가 있는 전라도 지역에 가끔 다녀오면 여기서 일만 할 수 있다면 살고 싶다는 말을 한 열흘은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높은 건물보다 탁 트인 하늘이 먼저 보이고 아침과 밤이면 경적소리보다 바람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먼저 들려오는 환경이 너무 좋았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아마도 평생을 살 사촌들은 어쩌다 서울에 볼 일이 생겨 올라오기라도 하면 ‘여기서 어떻게 살아, 나는 하루도 못살 것 같아’라는 말을 한다.
물론 사람마다의 성향과 취향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겠으나 서울보다는 지방이 한결 여유있 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임은 분명한 것 같다.
때문인지 ‘내가 그 곳에 내려간다면 뭘 하고 살 수 있을까, 농사를 지어야 하나? 아니면 여기서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하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곧 생계를 유지할 만할 일을 찾기가 두려워 생각을 멈추곤 했다.
그러던 중 내가 몇 살만 어렸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프로젝트를 알게 됐는데 그것은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청정지역 프로젝트’였다.
‘청정지역 프로젝트’는 청년 靑(청), 머무를 停(정)을 사용해 청년이 지역에 머무르다는 뜻을 가진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세에서 만39세의 청년이 9개월 동안 지역에 내려가 근로활동과 지역사회공헌활동을 하게 하는 서울시의 사업이다.
2020년 7월 20일부터, 그러니까 현재는 시즌2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시즌에서는 경북 지역으로 한정돼 있던 것이 이번 시즌2에는 수도권 외 지역으로 확대됐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청년들 중 개인사업자를 가지지 않은 모든 청년이 참여할 수 있으며 합격한 청년은 지역의 프로젝트 참가 기업에서 9개월 동안 근무하게 된다.
주 32시간은 기업에서 근무를 하며 주 8시간은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서울시에서 지급하는 일정의 급여도 받게 된다. 프로젝트에 참가함으로써 지방 지역은 구인에 도움을 얻고 청년들은 더 넓은 대한민국의 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사업인 셈이다.
시즌1을 마친 후 경과보고에서는 참여한 청년 중 약 30%가 근무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거나 창업을 희망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보면서 더 강하게 들었던 생각은 ‘꼭 서울에서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라는 것이었다.
내가 일할 곳을 찾아(그것이 어떤 것이라도) 세계지도에서는 좁아 보이지만 그래도 넓은 한국의 타 지역에서 일정기간이든 남은 평생이든 살아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일 것이란 생각에 청년들이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산과 들이 많고 경적소리보다 새소리가 먼저 들리는 지방 지역이 활성화되고 우리의 삶은 여유로워질 수 있다면 서울시의 ‘청정지역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개인의 이동이 더욱 활성화되고 그것을 밑받침할 수 있는 우리나라가 될 수 있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