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여러 대교.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야경명소가 아닐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멋진 곳으로만 기억될까싶기도 하다.
운전을 하고 지나는 길에 대교 난간에 쓰인 문구를 보게 됐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얘기 잘 들어줄 거예요’ 등등 빠르게 지나가는 바람에 자세히 문구를 읽진 못했지만 자살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기 위한 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2015년까지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를 차지하며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갖기도 했다. 그 중 상대적으로 마포대교는 왕복 10차선의 도로라는 엄청난 교통량보다 자살 명소로 더 유명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 주요 한강 다리 중 투신자가 가장 많은 대교라는 기록을 가진 마포대교에 서울시는 자살방지 문구를 새기고 ‘SOS 생명의 전화’를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펼쳤다.
설치 후 몇 달 동안은 마포대교, 한남대교 등 한강 다리 5곳에서 삶의 터전으로 다시 돌아간 사람은 163명이나 됐고 이 중 ‘SOS 생명의 전화’를 이용한 자살시도자의 70%는 마포대교에서 전화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그 노력의 효과는 몇 달 가지 못했다. 2012년 설치 당해 마포대교의 자살시도자는 15건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96건으로 증가했고 2014년에는 128건으로 훨씬 많아진 것이다.
서울시는 뒤늦게 2015년 9월 생명의 다리를 철거하고 난간을 1m 높였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뾰족한 대책 나오지 않고 있어 마포대교는 여전히 자살의 명소로 불리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자살까지 마음먹은 사람들을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무언가가 그들을 부추기진 않았을까.
코로나블루, 경제적 고난, 취업난, 우울증 등 주변에서 마음의 고통으로 호소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나부터도 그들을 위한 ‘진짜’ 위로를 건네는 방법은 잘 모른다고 하는 편이 솔직할 것 같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 각 단위마다 나름의 심리검사, 무료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만 살겠다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효과가 미치고 있을까는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막연히 생각한 위로, 그에 따르는 말과 문구들 몇 마디로 그들을 다독이고 그들의 발을 다시 生으로 옮겨 놓을 수 있을까.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무엇이었을까.
벌써 내 주위에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들이 몇 손가락에 꼽힌다. 그들 자신도 안타깝지만 한편으론 자살 이후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위로와 치료도 반드시 필요하다.
중랑구의 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자살 유족 회복지원 프로그램 ‘따뜻한 작별을 위한 마음건강교육 안녕’을 진행한다. 가까운 사람을 자살로 사별로 경험한 지 3개월 이상 지난 구민이 대상이다.
이처럼 ‘자살’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좀 더 넓어졌으면 한다. 그들의 마음은 어쩌면 복잡하고 계산된 위로가 아니라 그냥 안아주는 것, 가식없는 걱정의 한마디가 필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심리 지원으로 시작해 자살 이후에 남겨진 사람도 당연히 사회가 보살펴야 하고 그것은 또 다른 자살을 막는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필자는 사람이 사람에게 진정한 위로를 건네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 완전한 사회의 문제로 인식해 다양한 각도에서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서교육프로그램으로 확대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