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으로부터 작은 화분 하나를 선물 받았다. ‘벤자민’이라는 식물인데 그간 알고 있기로는 1미터가 훌쩍 넘는 꽤 큰 나무였는데 한 뼘이 조금 넘는 크기의 작은 벤자민을 보고 있자니 앙증맞고 이 작은 것이 내 키만큼 잘 자라줄까 하는 기대감에 정이 들기 시작했다.
TV에서 사람들이 식물을 키우며 ‘반려식물’이라 하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는 마음에 별로 와닿지 않았다. 식물은 그저 식물일 뿐 이라고 생각했고 반려라는 말은 동물에게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 이틀 두 개의 화분을 키우는 일은 꽤 새로웠다. 매일 아침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옮겨주고 해가 지면 혹여나 온도가 너무 차가울까 거실로 들여놓고 또 흙은 마르지 않았나, 새 잎이 나왔나, 아니면 구부러진 가지는 없나를 걱정하고 ‘잘 커야 돼, 봄이 되면 예쁜 화분에 분갈이해줄게’하며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웃음이 나왔다. ‘아, 이래서 반려식물이구나.’
사람의 정(情)이 이런 것이었지라는 마음이 오랜만에 들었다. 남들이 보면 매일 똑같은 모습의 작고 별 것 아닌 화분일지라도 이미 내 마음엔 어여쁜 아이들이거나 내 키만큼 큰 모습을 상상하는 은근한 마음이 생겼다. 나처럼 ‘살아있는’ 식물임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인지 경기도 구리시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공기정화 반려식물 나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추워진 날씨에 외출은 점점 줄어들고 환기를 자주 시키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또한 반려식물을 키우면 공기정화는 물론이고 우울감과 외로움이 감소된다고 한다. 정서적으로 식물과 식물을 키우는 행위에 의지하게 되고 작은 신체활동으로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구리시 갈매동 행정복지센터는 구리지속가능발전협의회 기후변화분과 주관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공기정화 반려식물 나눔 전달식’을 진행했다. 관내 혼자 거주하는 어르신 50가구가 대상이 됐으며 그 분들에게 초록식물이 위로가 되고 의지가 되고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의 프로그램인 듯하다.
지역구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혹은 가정에 작은 텃밭채소를 키울 수 있도록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벌써 오래 전부터 진행됐는데 어르신들을 위해 ‘반려식물’을 나누는 것은 처음인 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서적으로 어둡고 위축되는 이 시기에 소소하지만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구리시 갈매동에서만 한시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조금 더 확대돼 다른 지역구에서도 ‘반려식물 나눔’이 진행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집안이 푸르러지고 그로 인해 누군가의 마음에 힘을 얻고 싱그러워 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아름드리 큰 나무 못지않은 역할을 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