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선풍적이던 ‘응답하라 1988’이 인기를 끈 이유는 우리에게 지금은 사라진 情을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리는 고도의 산업화를 거치면서 이웃사촌의 개념이 사라졌고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게 되면서 이웃이라고 하면 층간 소음을 일으키는 불편한 개념이 돼 버린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삭막하게 굳게 마음을 닫은 아파트도 하나의 ‘마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최근에 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잡초제거 봉사 때문이였다.
사실 아파트 단지 환경에 관심을 가진 한숲시티5단지 발전위원회 회원 2~3명이 모여 잡초를 뽑기 시작했는데 쑥스러운 모습으로 한 분 두 분 봉사에 참여했다가 열혈 봉사자가 되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잡초제거 봉사는 아파트에서 축제의 장이 되기 시작했다.
5월 달에는 15회, 6월 달에는 8회 진행 후 상반기는 마무리하고 선선한 가을 바람 불어오는 가을을 기대하게 되었다.
2020년 5월 10일 처음 시작 할 때만해도 2336세대가 거주하는 대단지의 넓은 화단에 있는 잡초를 언제 다 제거하고 마무리 하나 걱정도 되었고 잡초 제거 봉사 하고 있으면 “돈 얼마 받고 해요”, “나도 돈 벌고 싶은데 어떻게 신청해요?” 하면서 공공근로자로 착각하면서 지나치는 분들이 많았다.
그러다 중반기를 넘어서면서부터는 “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으시네요”라고 응원해주시는 입주민님들이 많아지면서 “다음 잡초제거 봉사는 또 언제 해요?”라고 묻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잡초 제거 봉사는 왜 나오는 것일까? 봉사하지 않는다고 관리비를 더 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그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아빠와 함께 봉사에 참여한 학생의 대답에 있었다. 학생은 “우리 집이잖아요”라고 말했다. 바로 그것이었다.
내 집이니 내 집 앞 화단에 있는 잡초는 내가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용역을 준다고 해도 내 집을 나만큼 사랑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내가 하는 것이 좋지 않냐는 것이었다.
5월에서 6월 두 달 결산을 해보니 봉사 횟수 23일, 총60시간, 봉사 참여인원 227명이 참석하였지만 참여 봉사자 숫자보다 더 감동이었던 것은 봉사자들과 간식을 나누는 입주민들의 마음이었다.
입주민님들께서 자발적으로 미숫가루, 김밥, 식혜, 수제 단호박푸딩케이크, 찹쌀파이, 수박, 흑마늘 진액 엑기스를 준비해오시다보니 쉬는 시간 간식을 먹으면서 입주민님들간에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웃음꽃이 피기 시작하니 잡초제거가 노동이 아니고 하나의 축제가 되었다.
21세기 아파트도 살아있는 ‘마을’이 될 수 있었다. 일부 주도하는 사람들에게 맡겨 두고 우리 가족만 챙기던 아파트가 주민 스스로 아파트 화단 잡초 제거를 위해 나서니 바로 옆에 사는 입주민들이 함께하기 시작하고 주민 스스로 아파트 이야기 속 주체가 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서 소통하고 화합하기 시작하면서 ‘한숲 마을’이 되기 시작하였다.
‘잡초 제거’라는 과정을 통해서 아파트 입주민들은 즐거움을 느끼고 그 즐거움이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 아파트를 마을로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꼭 맞는 마을이 되기 시작하였다.
한숲맘 박지선 칼럼니스트
한숲5단지 발전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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