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두 국제기관 ‘국가경쟁력 2023 랭킹’ 공동 발표
국제경쟁력연구원(The Institute for Policy & Strategy on National Competitiveness, IPS-NC)은 26일(목) 한국 시간 오후 5시 전 세계 60여 개 국가의 국가경쟁력에 관한 2023 랭킹을 발표했다.
한국의 2023년 국가경쟁력은 정부와 기업이 선택하는 국가 전략에 따라 세계 62개 국가/지역 중 차별화 전략으로는 18위, 원가 전략으로는 21위에 랭크됐다.
국가경쟁력 랭킹 의미와 발표 기관
IPS 국가경쟁력 보고서는 한국의 국제경쟁력연구원이 연구를 주관하고, IPS Switzerland(The Institute for Industrial Policy Studies-Switzerland, 스위스산업정책연구원)와 UNITAR(UN Institute for Training and Research, 유엔 훈련연구원)가 공동으로 발표한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연구소인 IPS-Switzerland와 같은 제네바에 있는 유엔 산하 UNITAR가 2020년부터 연구결과를 공동으로 발표해오고 있다.
스위스에 위치한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 국제경영개발대학원)와 WEF(World Economic Forum, 세계경제포럼)는 각각 1989년, 1996년부터 매년 국가경쟁력보고서를 발간해 오고 있지만, 이 두 보고서는 모두 한가지 랭킹만 발표한다. 반면 IPS 보고서는 각국 정부와 기업이 차별화 전략(Differentiation Strategy과 원가 전략(Cost Strategy) 중 어느 전략을 추구하는가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달라지는 두 가지 랭킹을 발표한다.
IMD는 경쟁력을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국가의 능력’으로 정의한다. WEF는 한 국가의 생산성 수준을 결정하는 제도, 정책, 요인의 집합에 집중한다. 반면 IPS는 가용 자원의 전략적 활용을 통해 국가 번영을 향상시키는 핵심 결정 요인에 중점을 둔다. 따라서 IMD 보고서는 투자 기회를 찾는 다국적 기업에게 특히 유용하고, WEF 보고서는 국내 기업에게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되며, IPS 보고서는 국가 및 지역의 정책 입안자에게 귀중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IPS-S와 UNITAR는 연구를 바탕으로 비용 전략과 차별화 전략에 기반한 두 가지 국가 경쟁력 순위를 발표한다. 이는 부존 자원의 수준이 비슷하더라도 국가 간 경쟁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두 가지 전략을 각각 국가에 적용했을 때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차이점이 부각된다. 예를 들어 올해의 저원가 전략 랭킹을 보면 캐나다, 호주, 아랍에미리트가 1, 2, 3등을 차지하고 뉴질랜드와 싱가포르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차별화 전략 랭킹에서는 덴마크, 스위스, 싱가포르, 네덜란드, 미국이 1등에서 5등까지 차지했다. 저원가 전략 랭킹과 차별화 전략 랭킹의 내용이 확연하게 다르다. 같은 국가라 하더라도 전략 선택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진 것이다.
모든 국가는 적절한 전략을 선택해서 자국의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자원부국은 저원가 전략이 유리하다.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차별화 전략을 쓰면 각각 24등, 27등으로 떨어지지만 저원가 전략을 쓰면 13등, 15등으로 올라간다. 기술강국은 차별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덴마크와 스위스는 저원가 전략의 경우 각각 7등, 12등이지만 차별화를 쓰면 1등, 2등으로 상승한다. 한국도 저원가 전략을 쓰면 21위지만, 차별화 전략을 쓰면 18위다. 저원가 전략은 자원이 풍부한 국가에 적합하고, 차별화 전략은 고품질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선진국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2023년의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순위 결과는 두 가지 유형의 전략 순위의 관련성을 보여준다. 이는 한 국가의 경쟁력이 전략적 선택과 자원 배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국가가 자신의 경쟁력 요소를 이해한다면 이러한 선택과 배분을 바탕으로 순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목해야 할 글로벌 이슈: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 IPS 전략 순위는 지정학적 긴장이 전 세계 국가 경쟁력의 지형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특히 올해는 미국-중국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국가 전략 순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민감한 시기에 보고서가 발표됐다.
글로벌 긴장이 고조된 한 해 동안 미국과 중국은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미국은 차별화 전략 부문에서 5위로 올라섰고, 비용 전략 순위에서는 8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궤적은 미국이 혁신과 산업 발전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으며, 지정학적 이슈들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일부 완화할 수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원가전략 부문에서는 6위를 유지한 반면, 차별화 순위에서는 19위로 하락하며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러한 하락은 지속적인 지정학적 분쟁으로 인해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의 경쟁 우위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체코, 폴란드와 같은 동유럽 국가와 칠레, 멕시코, 브라질 같은 남미 국가들의 원가전략 순위가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분석가들은 다국적 기업들이 채택한 ‘China Plus One’ 다각화 전략이 이들 국가로 투자 방향을 전환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이들의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연구 결과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러시아의 경쟁력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며, 이는 원가 순위에서 38위, 차별화 순위에서 60위까지 급락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러시아는 수요 조건, 기업가 정신, 비즈니스 환경, 전문가들의 역량 등 국가 경쟁력에 대한 대부분의 지표가 전년 대비 악화됐다.
우크라이나는 분쟁의 진원지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선방했다. 원가전략 순위는 54위, 차별화 순위는 52위로 소폭 하락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동일한 4개 지표에서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정학적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면서 더 큰 회복력을 보여줬다.
국가경쟁력 랭킹 산정 방법
IPS는 4개의 물적 요인과 4개의 인적 요인으로 구분된 8가지 요인을 사용해 국가 경쟁력을 평가한다. 물적 요인에는 요소 조건, 수요 조건, 관련 산업 및 비즈니스 환경이 포함된다. 인적 요인에는 근로자, 정책 입안자 및 관리자, 기업가, 전문가가 포함된다. 한 국가가 원가 전략을 채택할 경우 본질적으로 요소 조건 및 근로자와 같은 원가 중심 요소에 더 많은 가중치가 부여된다. 반대로 차별화 전략을 채택하면 8가지 요인에 대한 가중치가 달라지며, 수요 조건과 전문가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된다.
국제경쟁력연구원 소개
국제경쟁력연구원(IPSNC)은 2006년 기획재정부 산하 조직으로 설립된 후 산업정책연구원이 2000년 시작한 IPS국가경쟁력 랭킹 연구프로젝트를 이어받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세계 주요 대학들의 혁신성을 평가하는 세계혁신대학(The WORLD UNIVERSITY RANKINGS for INNOVATION, WURI) 랭킹을 2020년부터 발표하고 있다.